2023. 7. 12. 02:34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다음은 톨스토이가 자신의 한 책에서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같은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오래된 사과나무와 어린 사과나무가 있었다. 어느 날, 오래된 사과나무에서 무르익은 사과 하나가 어린 사과나무 옆에 떨어졌다. 그러자 어린 사과나무가 무르익어 떨어진 사과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과님. 당신도 하루 빨리 썩어서 나처럼 싹을 틔워 나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들은 사과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바보야. 썩는 게 좋으면 너나 썩으렴. 그래, 네 눈에는 내가 얼마나 빨갛고 곱고 단단하고 싱싱한지 뵈지도 않는다는 거니? 난 썩기 싫어. 즐겁게 살고 싶어.”
어린 사과나무는 그 말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그 젊고 싱싱한 몸은 잠시 빌려 입는 옷에 불과해요. 거기에는 생명이 없어요. 당신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생명은 오직 당신 안에 있는 씨 속에 있어요.”
그러자 그 익은 사과는 “씨는 무슨 씨가 있다는 거야, 바보같이!”라고 말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내부에 영적인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동물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이 무르익은 사과와 같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두 세계에 속하고 두 세계로 구성된다. 하나는 물리적인(물질적인)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세계이다. 물리적인 세계는 외적인 세계이고, 정신적인 세계는 내적인 세계이다. 물리적인 세계는 보이는 세계이고, 정신적인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정신적인 세계는 인간과 다른 모든 존재를 구분 짓는 요소이다. 인간에게 정신적인 세계는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되게 하는 특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진정으로 만족스럽고 충만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두 세계를 모두 고려하면서 살아야 한다.
외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내적인 것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 개인적인 특성과 관심도에 따라 비중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하면서 둘 사이에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며 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존재론적으로 적절하고 좋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리적으로 안과 밖, 겉과 속 두면으로 이루어진다. 겉이 있는 것은 속이 있고, 속이 있는 것은 겉이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둘은 구분은 되지만 나뉘지는 않는다. 겉이 없다면 속도 없고, 속이 없다면 겉도 없다. 겉은 근본적으로 속과 함께 형성되고 확장된다.
내면이라는 말은 단순히 겉의 반대 또는 상대로서의 속이라기보다는 겉세계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속세계를 의미한다. 겉세계가 물질적이고 형이하학적이라면, 속세계는 비물질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두 면과 관련하여, 폴 키낸(Paul Keenan)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안에는 무언가 우리가 직접 창출해온 삶들과 세상들 그 이상의 것을 갈망하는 자리가 있다. 이 ‘무언가 그 이상의 것’은 소유물이나 지위들이나 영예들과 상들 또는 심지어는 돈을 더 많이 축적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우리 안에는 무언가 딱지나 소유물이 미치지 못하는 행복을 갈망하는 것이 있다.”
키낸이 적절하게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외적인 삶으로만 만족할 수 없다. 그렇게 살아가면 내면에서 늘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고 인정한다. 인간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는 외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 자리는 정신(마음)의 자리, 영혼의 자리이다. 그것의 만족은 물질적인 것에 있지 않다. 정신(마음), 영혼의 양식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의 물질적인 측면은 물질적인 것에 의해 충족되고, 정신적인 측면은 비물질적인 것, 곧 정신적인 것에 의해 충족된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살갗을 기분좋게 스치며 마음에 평안을 주는 이 상쾌한 아침에 계단을 오르내리고 홀로 함께 걸으며(외적 세계) 길가에 예쁘게 핀 꽃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으며 삶을 생각한다(내적 세계). 오늘 하루도 두 세계를 생각하고 존중하면서 인생길을 걷는다.
(화, July 11,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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