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비 내린 아침의 초상>

2023. 4. 30. 08:39생각 위를 걷다

밤새 비가 내렸다.
그리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내려
밤을 깨우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아침에 잠시 멎었다.

바람은 아직도 늦잠을 자는 지 기척이 없다.
아침을 여는 몇 마리 참새의 날개짓만 있다.

간밤에 내린 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시며
하늘 생명을 선사했나 보다.
갑자기 대지가 활짝 웃는 듯하고
풀잎들은 어깨춤을 추는 듯 하니.

밤새 내리던 빗방울 그 몇 줄기
아직 옷을 입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푸르게 돋는 잎사귀에
그리고 어여쁘게 핀 꽃잎에 맺혀 있다.
그 맺힌 빗방울들의 자태가 고고하다.

바람이 잠에서 눈을 떳는지
아니면 잠결에 몸을 뒤척이는지
나뭇가지들, 나뭇잎들 그리고 풀잎들이
살살 몸을 흔들어댄다.

갑자기,
빗방울들의 목숨이 위태로워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그네를 탄다.
바라보는 내 마음이 긴장된다.

또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일상은 내가 삶으로 채워야 하는 영역이다.
다시금 대지에 어둠이 깃들 때
오늘 하루를 즐겁게 떠나 보낼 수 있게
오늘을 진하게 살아야 한다.
(토, April 29,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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