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5. 04:53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얼마 전에 길을 걸어가는데 노인 한 분이 길 한쪽에 쭈그려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특별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는듯 늦가을 잎이 모두 져 쓸쓸한 늦가을 나무처럼 그저 무료하고 고적하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허전하고 쓸쓸해 보였다. 물론, 언젠가 시간이 더 흐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늙겠지만 그의 모습 속에서 피할 수없는 인간의 실존을 보았다. 고독한 인간의 실존,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야 하는 인간의 외로움을 보았다.
헤르만 헤세는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표현이다. 그러나 사실은 인생길 전체, 인생길 모든 걸음이 혼자서 가야 하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단지 혼자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걸음이 악세사리처럼 가미될 뿐이다. 주된 걸음은 자기 것이다.
불치의 병과 함께 살아가는 좋은 방법은 그 병을 달래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달랜다는 것은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외로움도 만찬가지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이다. 인간은 곧 외로움이다. 고독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에서 그리고 자기에게서 외로움을 제거할 수 없고 떨쳐버릴 수도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인간은 혼자이기에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방법은 외로움을 달래면서, 부드럽게 다독이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홀로 걷는 길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무언가 자기만의 할 일을 갖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홀로 걷는 인생길이라고 하더라고 자기 마음을 주면서 할 수 있는 고유한 일이 있으면 고적하더라도 걸을 만하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 일이 없어 그렇게 빈둥거리며 무기력하고 고적하게 인생의 노년기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남은 인생길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일'을 찾아서 그것에 정성을 담는 일상이 필요하다.
그러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덜 고적하고 덜 무기력하고 덜 허무하게 인생을 향유힐 수 있다. 노년의 외로움의 정도는 어느 정도 젊은 날 또는 나이 들어도 자기 하기 나름이다.
(금, October 4, 2024: mhparkⒸ2023)
고향 역 앞에서
'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의 발생, 그 고귀한 열매> (9) | 2024.10.09 |
---|---|
<자기 존중과 시간 사용> (2) | 2024.10.07 |
<행복감은 생의 양념과 같다> (4) | 2024.10.05 |
<사랑과 존중: 부부의 경우> (0) | 2024.08.30 |
<역경 앞에서> (0) | 2024.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