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냄>

2024. 6. 11. 07:14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때론 떠나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나 떠나보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가깝거나 정이 들었다면 그만큼 더 힘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고 내 삶이 짙게 묻어 있는 정든 책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라는 <석별의 정>의 가사를 조금 바꾸어 ‘오랫동안 함께 했던 정든 내 책들아’라고 중얼거려본다.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많이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금 책 여러 권을 스캔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떠나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그리 편하거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마다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함께 한 책들이라서 정이 많이 든 책들이다.
 
더욱이 대부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매한 책들인데 어떤 책들은 여러 번 펼쳐본 책들이고 어떤 책들은 잠시 필요한 부분만 본 책들이다. 그래도 나의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책들이다. 나의 배움과 학문 여정에 함께 해온 좋은 친구들인데 막상 떠나보내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말 그대로 석별의 정이 깊게 느껴진다.
 
그래도 떠나보내야 할 것들이라면 미련을 두지 말고 과감하게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책장이 덜 복잡해지고 삶이 단순하고 간편해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의 삶과 마음에도 떠나보내야 할 게 여럿 있다. 인생에서 실수나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통렬하게 반성하고 가슴 아파하면서 고쳐야 하나 삶의 아픈 경험이나 깊은 상처 등은 떠나보내야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그렇게 말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아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것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픔과 슬픔으로 남기도 한다. 그래도 나뭇잎이 강물 위를 떠가듯이, 우리의 삶의 아픔들도 떠나가도록 흘려보내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도 정들었던 책을 떠나보내듯이 그런 것을 떠나보내는 것을 여전히 배우며 산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어느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지나간 것은 그냥 지나간 대로 남겨둘 필요도 있다. 지나간 것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것도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한 부분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밝은 내일을 향해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지혜롭다.
(월, June 10,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