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인 너>
2023. 11. 19. 08:09ㆍ생각 위를 걷다
저절로 감상에 젖게 되는 늦가을 오후 느지막이
편안한 맘으로 집으로 향하기 전
잠시 학교 앞 호수에 홀로 섰다.
해는 이미 잠이 들고
달과 별은 아직 깨지 않은
한밤중 같은 초저녁 대지에도 호수에도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늦가을 스치는 바람결에
갑자기 가지에서 뚝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조용히 내리는 어둠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저편 하늘이 눈에 가까이 다가왔다.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는 것처럼,
칠흑 같은 검은 구름 짙게 드리운 하늘에
푸르게 미소 짓는 얼굴도 있었다.
검은 구름 하늘을 그대로 끌어안는 호수에도
파도가 잔잔한 바람 따라 일렁이며
쉴새 없이 제방으로 밀려와
포말을 일으키며 하얗게 부서졌다.
그렇게 스치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뿐히 일렁이는 파도의 몸놀림을 보노라니
윈드서퍼처럼
돌연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영상 하나가 다가왔다.
쌀쌀한 기운이 온몸을 파고들었지만
나에게 조용히 다가오는 너의 모습을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품었다.
이렇게 고적하고 쌀쌀한 늦가을 저녁에도
너는 늘 그렇게 포근하게 다가온다.
우린 오래도록 변함없는 친구니까.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내게 다가와 서는 너는
언제나 멀리 있어도
가까이 머무는 나의 추억이다.
(토, November 18,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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