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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또 다른 하루>
오늘은 어제 내린 눈으로 나무 가지마다 소복이 눈 덮인 하얀 아침 늦잠을 자는 듯 바람은 없지만 겨울 아침 약간의 찬기가 마음 설레게 두 뺨에 와닿는다. 이토록 싱그러운 아침에 그 여운이 마음속으로 깊이 스민다.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마음 안쪽을 살짝 건드린다. 참새 한 마리 추운 듯 쉼 없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밤새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작은 눈덩이 하나 흔들흔들 춤을 추며 떨어진다. 밝은 아침 햇살 눈 위에 화사하게 비치니 아침 눈살도 눈이 부시게 하얀 세상 이렇게 눈부시게 새 하얀 날 또 같은 하루가 아닌 또 다른 하루로 오늘도 여전히 가야할 길 그 길로 힘껏 걷는다. (월, January 23, 2023: mhparkⒸ2023)
2023.01.24 -
<나무와 눈>
비는 대지에 내려 땅을 적시고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며 풀과 나무에 생명을 준다. 눈은 나무에 내려 가지마다 눈꽃을 피우고 겨울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눈은 겨울의 얼굴이다. 겨울은 화가다. 아주 뛰어난 화가다. 손과 붓이 없는 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 피카소보다 더 위대하게 느껴진다. 추위로 몸은 조금 움츠려들지만 마음은 눈이 내릴수록 활짝 피는 눈꽃처럼 환하고 아름답게 피어오른다. 활짝 핀 눈꽃을 바라보는 내 눈에 예쁜 눈꽃이 피어난다. 하얀 눈꽃을 담는 내 마음에도 예쁜 겨울꽃 나무들이 자라난다. 어느 덧, 내 마음이 하얀 눈꽃 들판이 된다. 마음이 온통 하얗다. 오늘은 함박눈 내리는 겨울의 어느 하루다. (일, January 22, 2023: mhparkⒸ2023)
2023.01.23 -
<사계절 나무처럼>
토요일 정오 차가운 날씨 구름 낀 회색 하늘 그 아래 한 곳에 나무 한 그루 짙은 회색 잿빛 앙상한 가지들을 부채마냥 죽 펴고서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다. 그래도 너는 늘 네 안에 사계절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봄이 되면 가지마다 푸르른 잎들을 내고서 끊임없이 희망을 속삭일 것이다. 다시 여름이 되면 더욱 푸르고 우거진 잎들을 입고서 힘차게 생을 노래할 것이다. 다시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다가 겨울을 생각하면서 한 잎 두 잎 초연하게 대지에 떨어뜨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면 지금처럼 앙상한 나무로 다시 서 있겠지만 여전히 사계절을 품고서 또 다시 다른 봄을 기다릴 것이다. 이 나무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계절마다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너를 보고 있는 나..
2023.01.23 -
<병동 세상>
세상은 하나의 병동이다. 난치병에 걸린 환자같다. 여기저기에 고통이 있다. 여기저기에 아픔이 있다. 여기저기에 눈물이 있다. 여기저기에 절망이 있다. 여기저기에 죽음이 있다. 그래서 세상은 병동이다. (토, January 21, 2023: minheeparkⒸ2023)
2023.01.22 -
<야경>
한낮에 환하던 대지에 어둠이 내리고 도시의 불빛 하나 둘 얼굴을 밝히면 어느 새, 도시는 한폭의 예쁜 그림으로 바뀐다.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들은 어둠 속에 아롱지며 더 환하게 웃음짓는다. 작은 불빛, 큰 불빛 저마다 자기 옷을 입고 밤을 노래한다. 밤은 자기만이 뽐낼 수 있는 아름다운 전경을 화사하게 펼친다. 이처럼, 밤은 어둠만 꿈틀대지 않는다. 밤에도 빛이 있다. 밤 하늘에도, 밤 땅에도 빛이 있다. 빛이 있으면 밤의 세계도 나름 아름다울 수 있다. 우리 삶에도, 우리 마음에도 낮이 있고 밤이 있다. 어느 날, 우리 영혼에 밤이 찾아올 때 늘 비추는 '그 빛'이 있으면 우리 안에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어둠 속에서 그 빛 더욱 빛난다. 이렇게 우리 안의 야경은 어둠이 밀물처럼 찾아들 때 그 빛이 우리..
2023.01.21 -
<그리운 시골집 안방>
어둠이 내리고 차가운 기운이 짙게 감도는 겨울 거리를 걷는 데 문득 어느 집 밝은 창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어린시절 시골 집 안방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이 되면 집 앞에 널다랗게 펼쳐진 논들은 꽁꽁 얼어 붙어 썰매를 타기 좋고 지붕 처마에는 고드름이 얼어 손을 뻗어 꺾고는 여름철 하드처럼 빨아먹던 시절이다. 추위가 더해지면 따스한 안방은 마치 낙원 같았다.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펴 둔 두툼한 이불 속으로 차가운 손을 죽 밀어넣으면 방바닥의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서 온 몸으로 번져갔다. 화로에 놓인 고구마 구수한 냄새 풍기며 모락모락 익어갈 때 깊어가는 밤 우리 가족의 이야기도 함께 익어가던 추억이 시골집 안방에 있었다. 가던 길 잠시 발걸음 멈추고 밖으로 새어 나오는 어느 집 창가의 불빛을 물..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