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쓰고 맞이하는 아침>
2024. 11. 9. 00:43ㆍ생각 위를 걷다
촉촉이 비 내리는 아침
주르륵주르륵
빗소리 가득한 이 아침이
마음에 소리 없이 스미는 시간
하늘이 손을 펴서
땅에 생명의 물방울을 뿌리는 것 같다.
가로등은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해 대신 이른 아침을 밝히고 있다.
우산을 쓰고 해그림자 없이 걷는 아침
비에 촉촉이 젖은 길을
가로등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다.
그렇게 가로등 그림자가
나의 발걸음을 외롭지 않게
걸음걸음 함께 걸어 준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아침을 깨우는 경쾌한 피아노 건반 소리 같다.
상쾌한 아침을 걷는 내 마음도 함께 깨운다.
우산 쓰고 맞이하는 아침이
이토록 운치 있게 느껴진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조금씩 더 무뎌져 가는 나의 감성을
오늘 아침 산책로의 빗소리가
연인의 손길처럼 살짝 건드린다.
걷는 길 발걸음 잠시 멈추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그 건드림 그대로 느껴본다.
오늘은
비 오는 아침이 사랑스럽다.
삶이 꽃처럼 아름답다.
(목, November 7, 2024: Ⓒ 2024 m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