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아침>
2024. 11. 12. 00:09ㆍ생각 위를 걷다
동쪽 하늘에
붉은 해가 솟아오를 때면
지난밤 곤히 자던 호수도
한쪽 눈을 지그시 뜨고는
기지개를 죽 켜면서
반갑게 아침을 맞이한다.
호수의 아침은
지는 해가 붉게 물들이는
석양 호수의 저녁만큼이나
아름답고도 고상하다.
그래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걸으며
호수의 아침을 만나는 시간은
감미롭고 우아하다.
어느 밤에는
스치는 바람 소리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고요히 잠 속에 잠긴다.
그러다가 저쪽 동편 하늘에서
밝은 아침 햇살 비춰오면
스르르 눈을 뜨며
새 아침을 맞이한다.
이른 아침
아직 떠나가지 못한
어둠 조각들이 남아 있는 시간에
호수 앞에서 잠잠히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편에서
경이로운 그 무엇이 나를 건드린다.
잔잔한 바람 따라
연거푸 밀려오는 잔물결처럼
내 마음의 해안으로
끊임없이 밀려들며 나를 만진다.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인해
잠시나마 무아지경에 빠진다.
어느 한순간
나도 모르게 아침 예찬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아, 호수의 아침이 좋다!
(월, November 11, 2024: Ⓒ 2024 m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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