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2024. 5. 2. 04:36ㆍ생각 위를 걷다
어느 사무실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데
앞쪽에 가지런히 놓인
검정 두 의자의 뒷모습이
그것도 깔끔한 뒷모습이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 두 의자 사이에는
부엉이 얼굴을 한
깜찍해 보이는
어린이용 작은 의자가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부조화의 조화인 듯
나름 잘 어울렸다.
검정 의자를 품고 있어서인지
연두색 벽걸이 책상이
봄처럼 유난히 화사하게 보였다.
뒤쪽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뒷모습이란 말이 뇌리를 스치며
삶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했다.
나의 뒷모습
내 삶의 뒷모습
내 존재의 뒷모습
내가 걸어가는 길에 남겨지는
나의 모든 뒷모습이
두 의자의 뒷모습 같다면 좋으련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앞으로 걸어가야 할 남은 길에는
말끔한 앞모습과
깔끔한 뒷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또 하룻길을 걷는다.
(수, May 1,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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