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상에 앉아 작업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살짝 뒤돌아보니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있었다. 두 딸이 있었는데 하나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 보였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아래 유치원생 정도로 보였다.
가르치는 소리가 조금 커서-설명하느라고 엄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음-소음으로 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작은 아이가 주변을 뛰어다니면서 시끄럽게 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르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내 작업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공공장소이니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 조금 작은 소리로 가르치고 게다가 애를 좀 조용히 시켜주면 참 좋을 텐데.’
그런데 누가 요청했는지 아니면 좀 조용히 시킬 필요를 느꼈는지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이 와서 그 엄마에게 뭔가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시끄러우니 아이를 뛰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듣고 그 엄마가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내 조용해졌다.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 가운데서 가장 기본적인 게 있다면 그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에 관해서 가르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가정은 인간다운 삶, 곧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배우는 일차적이고 중심적인 곳이다. 인간에게 가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가정에서의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아이라 쇼어(Ira Shor)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 양육은 부모의 삶의 중심이다. 그들의 첫 번째 책임은 그들의 자녀이다. 이 책임은 대개 부모의 일평생 지속된다. 좋은 부모는 물론 자기들이 아이의 신체적 필요들을 돌봐야 하지만 아이의 정서 발달은 주로 사랑과 훈육(discipline)에 근거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훈육은 모든 부모-아이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에 대한 훈육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이다. 아이들은 부모에 의해서 지도받아야 하고 그들의 행위에서도 지도받아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배우는 방식이다.”
그는 계속해서 말한다. “아이들은 자기 부모들을 많이 모방한다. 자기 부모가 끊임없이 말다툼하는 것을 보는 아이는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부모가] 권유하는 내용을 실천하는 분위기에서 자라는 아이와는 다르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일찍부터 사랑, 신뢰 그리고 이해를 배운다. 만일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거부당한다면 아이는 이러한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을 수 없다. 그러면 그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어도 자기 자녀들에게 똑같이 하게 되고 악순환이 시작된다.”
부모가 되고 부모로서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자녀가 되고 자녀로서 잘 자란다는 것도 아주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아마도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것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고 이해하면서 계속해서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부모는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자녀는 부모의 그러한 훈육을 받으며 멋진 성인으로 자라는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복된 일이고 선물이며 보람이 된다. 그러면 나중에 그 자녀가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경우 그 가정도 그러한 모범적인 가정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지식을 증가시켜 주려고 애쓰는 것도 참 중요하나 인생의 기본적인 것과 사회생활에서의 예의를 가르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어찌 보면 그것이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려면 부모가 먼저 기본적인 것을 중시하고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자녀에게 그러한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전수한다면 그 부모는 부모로서 중요하고 훌륭한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그런 부모와 자녀들이 많은 사회는 그만큼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건전하게 될 것이다.
(일, March 16, 2025: mhparkⒸ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