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삶과 드러눕는 즐거움>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일(work)과 여가(leisure)로 구성된다. 사람은 일만하고 살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여가만 즐기고 살 수도 없다. 하나에만 치우친 삶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다. 사람이 전인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일과 여가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하루의 삶을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루를 살 때 열심히 일하거나 활동하면 몸이 피곤해지고 그러면 쉼이 필요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 하는 기본 방식인 오십 분 공부하고 십 분 쉬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일과 쉼을 병행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저녁에는 몸은 소진된 에너지의 회복을 위한 긴 쉼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잠이다. 잠은 몸과 정신의 건강한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잠이 없으면 누구도 살 수가 없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는 잠을 자는 게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인생은 짧고 하고 싶고 또 해야 할 게 많아서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싶은데 잠이라는 방해물이 있어서 충분하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는 잠이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러함에도 잠을 거부할 수 없다. 잠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을 자야 개운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다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본회퍼는 자기의 책에 담긴 부모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침에는 아침 식사 후 그러니까 대체로 7시쯤부터 신학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정오까지 저술합니다. 오후에는 책을 읽습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때의 기분에 따라서 다시 저술을 하든가 책을 읽든가 합니다. 그러면 저녁에는 지쳐 버려서 아직 잠들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드러눕는데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어가고 있는데 “드러눕는데 즐거움”이라는 말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서 잠시 읽던 것을 중지하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는 그 말에 시선과 마음을 집중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지긋하게 감은 채로 ‘드러눕는 즐거움’이란 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드러눕는 즐거움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하루를 열심히 일하면서 산 사람이 저녁에 몸이 지치고 피곤해질 때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그럴 때 몸을 죽 뉘게 되면 “아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말 그대로 ‘드러눕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살다 보면 때로는 모든 것이 귀찮아서 마냥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고 때로는 쉬고 잠을 자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억지로라도 일과 쉼을 병행하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지혜롭다. 일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세상에 어둠이 깃들고 안식을 취해야 할 시간이 되면 만사를 잊고 평안한 마음으로 드러눕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하루를 보람되게 살고 멋지게 보낸 것이다. 또 하루 아름다운 삶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다음 날도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 삶의 방식이고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금, March 14, 2025: mhparkⒸ2025)

어느 여행지 숙소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