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한 곳, 곧 서양철학의 본산지로 여겨지는 그리스에서 주전 6세기경에 처음으로 존재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탐구할 때, 그 첫 번째 대상은 우주 만물이었다. 그러다가 소크라테스에게 이르러서는 그 탐구의 대상이 인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는 철학적 물음을 ‘우주에서 인간으로’ 바꾸어놓으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그것에 대해 탐구하고 가르쳤다. 철학적으로든 물리학적으로든, 인간이 존재하는 우주만물과 인간 자신에 대해서 묻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본질적이다. 그래서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만물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어떤 책의 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묻고 대답하는 존재..
세월은 흐를수록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전혀 기력이 쇠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운이 더 강해진다. 그래서 흐를수록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이 들어가는 시간(세월)과 더불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데도 사람들은 늙고 기력이 쇠하지만, 시간은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전혀 기죽지 않고 더 의기양양하게 위력을 떨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모든 인간은 결국 세월에 지고 만다. 마침내, 흙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동일하게 흘러가는 세월과 인생의 역설적인 성질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 온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한다. 오는 인생은 가는 인생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야 하는 인간은 죽음의 자리에 ..
얼마 전에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저는 서른 살 때까지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이 그냥 살았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별로 관심 없이 그냥 주어지는 대로 살았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사람도 하나 없었습니다. 부모는 그런 것에 대해 기대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고요. 더욱이, 아버지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사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것들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사실 자신들도 잘 모르기 때..
며칠 동안, 해가 나고 햇살도 화창하더니, 그래서 '이제는 봄을 향해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너의 착각이야! 네 생각이 아직 이른 거야!'라고 확인시켜주듯이, 어제 오후에는 갑자기 눈폭풍이 몰려왔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정말로 순식간에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오전에는 볼 일을 보고 나서 오후에 도서관에 가서 편안하게 앉아 책을 펴자마자 일어난 일이다. 그래도 조금 뒤에는 그치겠지 했는데, 더 심해졌다. 도서관 책상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이 되었다. 그러나 더 심해지는 것을 보고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나왔다. 더 있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서 그런지, 게다가..
어느 대중가요의 “속절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야”라는 노랫말처럼, 진짜로 흐르는 강물처럼 소리 없이 그리고 유유하게 흘러가는 게 시간이다. 기별 없이 그냥 왔다가 기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시간이다. 우리는 아무리 해도 시간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손님은 와서 잠시나마 머물다가 가기라도 하는데, 시간이란 녀석은 야속하고 냉정하게도 잠시도 머물지 않고 그냥 끊임없이 지나가 버린다. 속상하게도 ‘나 바쁘니 잡지 말고 잘 사용하라’거나 ‘나는 사람이 사용하기 나름이다’라고 언질을 주고는 그냥 떠나가 버리는 것 같다. 이렇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시간을 한 번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한 번에 한 번의 시간만을 사용할 수 있..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두 번쯤은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꿈꾼다. 오래 전에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제목처럼 “완전한 세상”(A Perfect World)을 동경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최소한 나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런 세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이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며, 더욱이 그 가운데서 살아가는 불완전하고 이기적인 인간은 결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에서 인생길을 걷다보면 어려운 시기를 여러 번 만나게 된다. 특히, 나의 의지나 행위와는 상관없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대개는 낙담하고 무기력하게 되어 아무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