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맞다>

2023. 2. 15. 16:48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어제 아침에는

소록소록 비가 내렸다.

인적이 드문 비가 내리는 젖은 길을

우산을 쓰고서 걸었다.

 

오늘 아침에는 걸으며

지난 밤에 어둠 속으로 떠나보내지 못한

상념들을 스치는 바람에

하나하나 실어 떠나보냈다.

 

계속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에

떠나보내고 또 떠나보내도

손에 잡히고 또 잡히는 편린들

스치는 바람이 버거워하는 것 같아

가만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아침에 못 다 떠나보낸 남은 조각들은

오후에 몸이 나른해질 때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커피 향에

살짝 실어 보내야지.

 

그런데도 남는 상흔의 파편들은

그냥 시린 가슴으로 품고

아픔을 노래하며 가야겠다.

 

이 아침에도

선선히 부는 바람은 무척이나 상쾌하다.

바람을 맞으며 걷는 걸음걸음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손놀림처럼

그리 가볍고 경쾌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디딜만하다.

바람이 내 마음을 만진다.

맘껏 바람을 맞는다.

(, July 19, 2022: mhpark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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