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별 의미가 없어 보이거나 너무나 평범해서 주의를 끌지 못하는 것이 어느 순간 특별하게 다가오거나 느껴져서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오래도록 강한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고 긍정적인 것이라면 생각과 행동을 자극하고 바꾸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며칠 전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을 하면서 맨 꼭대기에 이르게 되었을 때 숨이 적잖이 차서 잠시 숨을 돌릴 겸 잠시 멈추어 섰는데 앞쪽에 있는 작은 낭떠러지 돌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때도 꼭대기에 이를 때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때는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치곤 하는데 그때는 조금 달랐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작은 식물이었다. 낭떠러지 돌 절벽 중간쯤에 자리 잡고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었는데 그 윗부분에 돌 한 조각이 앞쪽으로 조금 솟아 있어서 마치 작은 처마 역할-안식처와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쉬다가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푸르게 자라고 살아가는 작은 풀을 보고 있는데 문득 두 가지 생각이 스쳐 갔다. 하나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풀의 생명력과 끈기이다.
다른 하나는 비록 환경과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확실한 생의 의지만 있다면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처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삶의 열악한 환경은 생의 의지를 갖게 하거나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삶을 가능하게 하고 이어가게 하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거나 생길 수 있다. 살다 보면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거나 태생적으로 주어진 어떤 삶의 환경들은 살기에 열악하나 생의 의지나 이유나 목적이 있다면 힘이 들긴 하지만 극복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분명 처마 역할을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 이어지고 풍성하게 되려면 삶 자체의 생명력이나 의지 그리고 외적인 도움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한다.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두 요소가 상호작용을 할 때 생의 결과는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운동하다가 잠시 쉬면서 대단히 약하고 미미한, 철저히 환경과 상황에 영향을 받는 작은 풀들을 보게 되었고 그것들에서 배우고 힘을 얻는 순간을 경험했다. 도움과 의지할 것은 때가 되면 올 것이고 지금은 내 안의 생의 의지를 불태우고 생명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가 나의 마음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 April 22, 2025: mhparkⒸ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