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도서관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 책상에 앉아 작업하던 어떤 사람이 일어서서 도서관을 떠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뒷모습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어서면서 자기가 앉았던 의자를 죽 밀어 뺀 다음에 다시 밀어 넣지 않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해서 추측해보면 그의 마음의 상태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자기가 사용했던 자리 하나 제대로 정리 정돈하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한번만이 아니라 습관이거나 그의 성품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행동은 마음의 습관 또는 표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도 만일 도서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또는 다른 어딘가에 갔을 때 지저분하거나 흐트러진 자리를 보는 것보다는 잘 정돈된 책상과 가지런히 놓인 의자를 보는 것이 훨씬 보기에 좋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는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것이 될 것이다.
유튜브로 함께 송출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전용 프로그램에서 평론가들이나 패널들이 자기 순서를 끝내고 자리를 뜰 때 의자를 죽 뒤로 밀고 그냥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어떤 경우에는 회전식 의자일 경우에는 계속 빙글빙글 도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그가 했던 화려한 말들이 그냥 듣기 좋거나 전문적인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경우 말과 행동이 꼭 일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 지나친 억측이거나 비약일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머무르는 자리와 사용했던 물건을 잘 정돈하고 떠나려고 한다. 사용했던 의자는 반드시 다시 원상태로 놓고 떠나려고 한다. 그게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그렇게 하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이지만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무슨 일을 하든 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쉽지 않으나 그렇게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것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중단하거나 포기해야 할 때가 있으나 가능하면 끝을 보는 것이 좋다. 게다가 그것을 깔끔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능력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성격이고 습관이다. 사람 중에는 시작은 해놓고는 마무리를 짓지 않고 또 다른 것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일단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난 다음에 다른 일을 한다. 그런 사람이 인생을 보다 성공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이다.
마무리는 인생 자체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 시점은 모두 다르나 누구에게나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온다. 잠시 이 세상에 거하다가 그리고 이 세상을 사용하다가 떠나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떠날 때 자기 인생과 자기가 사용하고 살던 곳을 잘 정리하고 깔끔하게 떠나는 것은 아름답고 복되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이면서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일 것이다.
인생을 일관되게 살아가는 사람은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때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반면에 인생을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사람은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때 마지막 작업, 곧 끝손질(finishing touches)을 어디에서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작품 하나’로서의 인생의 그림을 일정한 순서나 질서 있게 그리지 않고 붓질을 아무렇게나 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고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허무함과 인생의 허망함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자기가 머물다가 떠나는 자리를 깔끔하고 아름답게 정리하는 사람의 인격과 내면은 잘 짜이고 형성이 잘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를 잘 가꾸고 돌보는 사람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고 그들에게 유익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그만큼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건강하고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일, May 11, 2025: mhparkⒸ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