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덤 곁을 지나가다가>
2023. 10. 18. 13:26ㆍ생각 위를 걷다
겨울 앞에 선
가을나무에서 떨어져 쌀쌀한 바람 맞으며
대지에 뒹구는 낙엽처럼
인생이 지는 자리에는
슬픔과 허무함 그리고 아쉬움이
밀물과 썰물처럼 남는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는
그가 걸어온 길의 발걸음만
지난 시간 속에 아롱져 머문다.
그리고
무덤에 머무는 그의 이야기는
그가 걸어온 길의 발걸음이다.
무덤가를 스쳐가는 쓸쓸한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들풀의 몸짓은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어두운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빛들의 차가운 미소는
그 곁을 말없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생의 덧없음을 일깨운다.
어느 무덤가를 스쳐 지나가는 나에게
드리워지는 고적한 정적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생의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로
한 시절 푸르던 잎들
낙엽 되어 뒹구는 싸늘한 가을거리를
그 잎들을 밟으며 걸어가는데
문득 차가운 바람이 내 곁을 스쳐간다.
내가 세월을 스쳐가듯이.
아직은 내게 느낌이 있다.
(화, October 17,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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