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들꽃같이>

3월의 끝자락
여전히 아쉬운 듯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머무는 쌀쌀한 바람이
대지에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밝은 햇살 사이로
살랑살랑 옷깃을 스쳐 가는 어느 오후
 
왼발 오른발, 오른발 왼발
가벼운 발걸음으로 번갈아 가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걷고 있었다.
 
여기저기 흘끗흘끗 눈길을 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걷고 있는데
길옆 비스듬한 곳에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하얀 꽃망울을 피우고 있는
작은 화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발걸음 멈추고
놀라지 않게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 굽혀 조용히 바라보았다.
 
간혹 스쳐 가는 바람만
살짝살짝 건드리고 갈 뿐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 하나
눈길 한번 주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유유히
자기 생을 푸르고 하얗게 노래하고 있다.
 
물끄러미 그 꽃들을 바라보는데
이런 생각이 바람처럼 스쳐 갔다.
 
‘이 꽃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 계절에
자기 자리에서 자기들을 위해 피어나고 있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봐주는 이 하나 없어도
너의 생이 이토록 작아도
꿋꿋하게 자기 생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이 화초의 삶이다.
그것이 들꽃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바라다보다가
일어나 다시 발걸음을 떼면서
스쳐 가는 바람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
어디에서 이 발길이 머물지 모르지만
저 화초가 살아가듯이
저 들꽃이 자기 생을 노래하듯이
비록 내 생이 작아도
나도 내 생을 고유하게 노래하면서
꽃처럼 살아가리라.
(화, April 1, 2025: mhparkⒸ2025)

어느 산책로 옆의 하얀 들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