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의 아침>

이른 아침

검은 청설모 한 마리

광야의 무법자 마냥

텅 빈 거리에 폼 잡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얼굴 보며

사진을 찍는데도

내가 무섭지 않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두 손을 모은 채

무언가 입에 물고 오물거렸다.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거리의 침묵을 깨는

커다란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청설모 길 옆 화단으로

재빨리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나 잠시 후

자동차가 지나가고 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금 그 자리로 돌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섰다.

오늘 아침 거리의 귀염둥이 청설모.

(, April 19, 2022; mhpark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