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그리 큰 의미는 없었음에도 친구들과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는 일이 가끔 있었는데, 그런 논쟁점 중 하나는 ‘사람은 먹기 위해서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서 먹는가?’였다. 그것은 ‘닭이 먼저인가 아니면 달걀이 먼저인가?’의 논쟁만큼이나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사람에 따라 입장과 견해가 다르나 개인적으로는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서 살지는 않는다. 전혀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물론, 먹어야 살기에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기에 주어지는 음식에 감사하면서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고 한다.
그러함에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기저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거나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는 편이다. 대개 집에서는 그냥 있는 것을 먹거나(어느 정도 요리할 줄 알기에 때로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밖에서도 혼자 식사해야 할 때 가볍게 빵 같은 것으로 해결해도 아무렇지 않다.
사람이 먹기 위해서 산다면 먹는 것이 없거나 먹지 못할 때는 잠시나마 인생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먹는 것이 자기 인생의 여러 목적 중의 하나라고 하면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으나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먹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삶을 유지하려면 음식을 섭취하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기에 먹는다. 그래서 먹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인생에는 먹고 사는 것 그 이상의 추구할 수 있는 고상하고 가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개별적으로 그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 때 생은 활력 있고 행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인생에는 분명 먹는 것보다도 추구할 수 있고 또 추구해야 하는 더 중요하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스위스의 내과 의사였고 ‘인격 의학’을 펼쳤던 폴 투르니에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것을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로 삼을 것인가는 그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고 또 추구해야 할 순위도 각각 다릅니다. 누구든지 자기 가슴 속에 실현해야 할 중대한 소망을 품고 있는 거죠. 만일 이러한 소망을 품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은 자기 인생은 패배였다고 느낄 만큼 위험스런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레프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현재 자신이 어떤 단계에 있든지 가능한 한 빨리 무한한 자기완성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조금이나마 유익한 삶을 살다가 죽는 게 복되다. 그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에 유익이 아니라 해를 끼치는 삶을 사는 것은 자신에게 불행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불행하다.
물론, 인간은 누구도 완전한 존재가 아니어서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는 반성하고 고치면서 세상에 유익을 주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야 내적인 만족과 평안도 얻게 된다.
사람마다 자기 인생에서 바라는 게 각기 다르다. 그것은 사람의 개성이 서로 다르고 인생관과 세계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인생에서의 바람과 추구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고 추구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향해 매일매일 음식을 먹고 힘을 내면서 발걸음을 떼면 언젠가 그것의 때가 되면 거기에 이르게 될 것이다. 분명 그것이 쉽지는 않으나 과정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면 그것에 따른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뒤따르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인생의 중요한 법칙, 곧 ‘뿌림과 거둠’의 법칙이다.
(일, February 2, 2025: mhparkⒸ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