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봄비가 내리는 약간 쌀쌀한 토요일 오후였다. 이럴 때는 종종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갈까 아니면 비를 핑계 삼아 그냥 집에 있을까?’하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 또는 시간을 내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할 겸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는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과 뛰기도 하고 걸을 수도 있는 멋진 산책로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 산책로를 ‘나무숲 터널 산책로’라고 명명하는데, 봄과 여름에는 푸르른 나뭇잎들로 가득 채워져 정말로 녹색 터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이 형형색색 변하여 아름다운 단풍 터널이 된다. 정말로 멋진 산책로다.
특히, 그 산책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쉼을 주고 싶을 때,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걷고 싶을 때 또는 뭔가 생각하면서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걷는 곳이다.
날씨 핑계를 대고서 가지 않으면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은 개운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아서 그냥 무작정 갔다. 우산을 쓸 생각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평소와는 달리 한두 사람만 보일 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우산을 쓰고 우선 늘 하는 방식으로 계단을 몇 번 오르내렸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적잖이 힘이 든다. 다리가 아프고 호흡도 가빠진다. 그래도 마치고 나면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아주 좋아진다. 그다음에 산책로를 걸을 때쯤 비가 거의 그쳤으나 길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래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가볍게 운동하면서 몸을 풀었다.
이 산책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혼자 조용히 걷다 보면 마음의 쉼을 얻는다. 오늘도 그런 쉼을 얻었다. 걸으면서 산책로 사진을 찍고 주변의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익숙한 곳이지만 갈 때마다 이것저것 몇 장씩 찍곤 한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할 때 언제나 드는 생각은 ‘오늘도 오기를 참 잘했다’라는 것이다. 마음먹기 전에는, 결심을 하기 전에는 귀찮게 여겨질 때가 있지만 일단 와서 운동도 하고 걷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운동이라는 것이, 산책이라는 것이 그런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일들도 그런 성향이 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실제로는 시작이 반은 아니다. 시작은 그냥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고 나면 동력도 생기고 자극도 받고 결심도 선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하는 것이다.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작이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다.
오늘도 그랬다. 다시금 시작의 중요성을 느끼고 아름답게 마무리를 짓고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토, April 5, 2025: mhparkⒸ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