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산책로를 걸으며>

간밤에 조용히 비가 내렸다.
빗방울 주룩주룩
밤새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푸르른 나뭇잎들과 풀잎들 위에 떨어지며
잠 못 이루게 후두둑 후두둑
장단 맞춰 두드렸다.

그래도 이 아침에 힘차게 보인다.
푸르른 청춘이라서 그런가 보다.

비 온 뒤 이 이침
나무숲 터널 산책로의 녹음이
더 푸르고 진하게 묻어난다.
발걸음 옮기며 바라보는
내 마음의 녹음도 짙어가는 것 같다.
내 안의 내가 푸르게 물이 드는 것 같다.

계단 옆 계곡의 작은 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맑은 물의 소리는
이 아침 더 청아하게 내 귓가에 다가온다.
내 발걸음도 함께 가볍고 힘차다.

비 온 뒤 더 푸르게 보이는 상쾌한 아침
걷고 또 걷는 데 하나의 생각이 스쳐간다.

때론 비 오고 궂은 날이 불편해 보여도
그 뒤에는 맑고 깨끗해지듯이
인생의 궂은 날이나 인생에 내리는 비가
그리 반갑지 않아도
그 뒤에는 생의 먼지들이 씻겨져
생에 녹음이 더 푸르고 짙어질 수 있다.

비 온 뒤 더 푸르러진 나무숲 터널 산책로를
조용히 나 홀로 나와 함께 걷는 데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금, June 16, 2023: mhparkⒸ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