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의미: 역사-과학적 접근과 철학적 접근>

역사가로서 한 사람이 자기가 연구하는 사실들에서 발생하는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나는 한 사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과학 역사가이면서도 역사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철학자가 될 때 그는 이 사실들과 다른 관계에 있게 된다. 왜냐하면 철학자는 관찰자의 위치에서 사실들을 볼 뿐 아니라 자기가 자기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자신의 인생의 대수롭지 않은 사건들이 워털루 전쟁이나 베스트팔렌 조약 못지않게 역사적 사건들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물음은 이것이다. 내 인생의 사건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한 사람이 그것에 확정적으로 대답한다면 그는 자기 인생의 의미로부터 모든 인생의 의미로 나아가야 한다”(조지 그랜트).

 

답글:

일반적으로 존재에 대한 이해의 영역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물질의 세계, 곧 형이하학(물리학)의 세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 곧 형이상학의 세계이다. 역사와 과학은 물리의 세계를 다루고 철학은 정신의 세계를 다룬다. 물리의 세계는 사건과 사실을 다루고 정신의 세계는 그 이상이나 그것의 이면 그리고 의미를 다룬다.

 

역사가의 기본적인 임무는 과거에 일어났고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fact)을 밝히고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철학자는 그러한 사건들에서 의미(meaning)를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각각 이렇게 말했다. “철학의 가치는 오직 마음의 재화에서만 찾아야 한다.” “철학이 사색하는 우주의 위대함으로 말미암아 정신도 위대해지고 우주와의 함이 가능해지는데 이러한 합일은 정신의 최고선(最高善)이다”).

 

우주 또는 세계 안에 있는 개인에게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나 자기 존재와 삶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자기 자신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의 삶은 개인에게 역사적 사건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이며 그 자체로서 고유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존재와 매일의 삶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단히 의미 있는 역사적인 사건들이며 존재론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한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도 중요하나 그것들에 대한 철학적인 이해도 중요하다.

 

개인에게 있어서 의심할 바 없이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와 삶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각 개인은 무엇보다도 그 사건의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인간에게 본질적이다.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서의 자기 삶에 대한 이해와 그것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산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몸은 물리적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간에 정신적으로는 우주라는 존재론적 바다에서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결국에는 땅속으로 허무하게 좌초되고 만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자기 인생의 의미와 매일 자기 인생의 사건에 대한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면서 자기 인생길을 걷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런 사람은 지혜롭고 복되다.

(, March 10, 2025: mhpark2025)

해질녘 하늘 캔버스에 스케치한 모습의 조각구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