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호수 곁에서>

호수 곁에 서면
언제나 호수가 마음에 담긴다.
개천 같던 마음이
금방 호수 같은 마음이 된다.
 
그래서 마음이 잦아질 때면
호수에 와 곁에 서고 싶어진다.
어쨌든 호수 곁에 서면
그 자체로 마음이 참 좋다.
 
그리운 친구가 보고 싶어
문득 기별 없이 찾아가서는
그 곁에 살짝 다가가 우두커니 서서
‘그냥 보고 싶어 왔어!’라고
한 마디 툭 던지듯이
바로 그런 마음으로
오랜 친구 같은 호수 곁에
오늘 다시 섰다 밤 호수에.
 
환하게 미소 짓던 낮 호수에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소리 없이 어둠이 찾아들면
호수는 다시 고요해진다.
 
겨울 호수의 밤은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어둠 속에서 스쳐 가는
차가운 바람에 때문에 그런지
더 적막하게 느껴진다.
 
오늘 밤은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서
그 적막함이 더해간다.
 
그래도 호수 곁에 서는 마음은
어두운 호수를 밝히며
얼음 위에 드리우는 노란 등불들의
미소만큼이나 노랗게 환하다.
(금, March 7, 2025: mhparkⒸ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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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수의 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