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1. 23:34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독서와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모티머 애들러(Mortimer J. Adler)의 『독서의 기술』(How To Read a Book)이다. 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 전체를 요약하여 요약본 자료로 만들어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하는데 적지 않은 수고와 시간이 들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져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필요할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서다.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수고는 늘 헛되지 않고 유익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받는다.
애들러는 그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책에는 현명해진 독자를 다시 향상시킬 만한 것이 있으므로, 아마 독자는 일생 동안 그 책을 읽음으로써 성장하게 될 것이다.” 책읽기는 성장과 관계가 있는데, 특히 훌륭한 책은 성장을 위한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읽음으로써 독자는 성장을 거듭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책과의 만남은 우리의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책이 내게 의미하는 것이 여럿 있으나 그중에서도 다음의 세 가지가 특별하다.
첫째, 책은 삶의 위안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인생 자체에는 아픔과 어려움이 있어서 살아가다 보면 그것들을 겪게 된다.
그럴 때 마음에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위로인데 책은 그것을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실제로, 책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나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고 나의 불편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마음의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상담을 받는 행위이다.
둘째, 책은 인생의 친구이고 동반자다. 언제 만나도 즐거워지는 좋은 친구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인 애완견이나 반려견이란 말에 견주어 표현하자면, 책은 내게 일종의 애완‘서’이고 반려‘서’이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면서 살아간다. 정겹고 그리운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좋고 즐거운 것처럼 책을 펴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책이 있어서 삶의 무료함을 덜 느끼게 된다.
셋째,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게는 지성을 깨우는 정신의 종소리이다. 책은 내면에 활력을 제공하고 지성의 성장을 촉진한다. 책을 읽는 것은 물 밖에 있던 물고기가 물을 만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마음에 생기가 돌게 된다.
특히, 책은 사색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된다. 그렇다고 책을 읽기만 하고 그것으로 끝내면 그 이상의 유익을 얻기 어렵다(물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귀하고 좋지만). 그런 점에서 리히텐베르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주적으로 사색함으로써 불필요한 독서를 얼마나 많이 피할 수 있는지 모른다! 과연 독서와 학문은 같은 것일까? 어떤 사람은 도서 출판이 학문의 광범위한 보급에 공헌했을지는 몰라도, 학문의 질과 내용은 그것 때문에 훼손되었다고 주장했는데,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다.
”지나친 독서는 사색의 적이다. 내가 연구한 학자들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사상가는 바로 책을 가장 적게 읽었던 사람들이었다. 만약 사람들이 무엇을 사색할 것인가에만 매달리지 않고, 어떻게 사색할 것인가를 배운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오해를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함에도 이성과 지성을 지닌 인간에게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바람직하다. 책을 읽는 것은 대단히 사람다운 행위이다. 더욱이 책을 읽고 그것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색을 이어간다면, 책은 분명 지성의 성장과 내면의 성숙에 큰 도움이 된다.
애들러는 그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기 속에 정신적인 저장을 가지지 않으면,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우리의 성장은 그치고 만다. 그때 우리의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독서는, 그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사업상 성공으로 연결되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니다. 훌륭한 독서란 우리를 격려하여 어디까지나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책이 있어서 좋은 세상, 책이 있어서 즐거운 세상, 책이 있어서 살만한 세상, 책이 있어서 덜 무료한 세상, 책이 있어서 견딜만한 세상, 책이 있어서 걸을 만한 인생길, 그 길을 오늘도 책을 읽으면서 책과 함께 걷는다. 이 걸어가는 길에서 내 발걸음이 멈추게 될 때까지 책은 계속해서 내 삶의 위안이 되고 내 삶의 친구가 되며 나의 사색하는 삶을 돕는 내 정신의 종소리가 될 것이다.
(수, December 12,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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