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 꽉>

2024. 4. 3. 13:31생각 위를 걷다

서 있는 게 약간은 힘이 들 정도로
찬바람이 세게 많이 불었다.
눈이 되지 못한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졌다.
 
그 바람이 호수의 살갗을
힘차게 밀어대니
파도가 연-거푸 세게 일었다.
 
세찬 바람 따라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고가
평상시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힘찬 파도를 보니
내 가슴도 갑자기 마구 뛰었다.
 
이런 날에도 여러 갈매기는
호숫가 일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거친 바람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날개를 죽 펴고서
힘을 들이지 않고
즐겁게 비행하는 갈매기들도 있고
보호용 철 담에 앉아서
쉬고 있는 갈매기들도 있었다.
 
그 갈매기들은 바람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다리에 더 세게 힘을 주고
발가락으로 더 강하게 꽉 잡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마리 갈매기가
자기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너도 인생의 날들 속에
어느 날인가
오늘처럼 세찬 비바람이 불어오면
그것에 휘둘리지 않게
두 손으로 너의 버팀목을 더 꽉 붙잡고
굳건하게 서라.’
 
그렇게 호숫가에 서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데
예전에 어떤 광고에 나오는 노랫말이
바람 따라 귓가에 친근하게 들려왔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윈-디!”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오늘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화, April 2, 2024: minhee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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