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독서: 내가 나한테 해주는 것>

2023. 12. 14. 22:56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생각 낙서-마음 가는 대로 쓰다)
 
만날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에 시간이 좀 있어서 작은 쇼핑몰의 중앙 통로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는 커피 한 잔을 곁들여서 읽어오고 있는 책을 가방에서 살짝 꺼내어 책갈피를 꽂아 표시해두었던 부분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고 갔고 주변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하지 않고 집중해서 즐겁게 읽었다. 책의 내용이 내 마음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서삼매경에 빠져 열심히 읽고 있는데 갑자기 다음과 같은 드라마의 대사가 내 생각 언저리를 스쳐 지나갔다. “너는 뭐 해주는데, 널 위해 너한테 뭘 해주냐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이거였다. “너랑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 난 나한테 그거 해줘.”
 
그 물음과 대답을 생각하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도 같은 물음을 했다. “너는 널 위해 너한테 뭘 해주고 있니?”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나랑 커피 마시고 나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거. 난 나한테 그거 해줘.”
 
기다리는 틈을 활용해서 책을 읽는 동안에 나로 인해 또 다른 내가 즐거워한다. 나는 나에게 지적인 즐거움을 주고 내 정신에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다. 그로 인해 감미로운 음악만큼이나 향긋한 커피만큼이나 맛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누린다.
 
내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책을 읽어주는 것이 특별하다. 책을 통해 즐거움을 공급해준다. 나의 나가 늘 흡족해한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다시금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에 책갈피를 꽂아서 표시하고는 가방에 넣은 다음에 그곳을 나왔다.
(수, December 13, 2023: mhparkⒸ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