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예술이다!>

2023. 11. 28. 05:40생각 위를 걷다

농부가 모판에 씨를 뿌린다. 그리고 싹이 나와 모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것들을 뽑아서 물이 가득한 논에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그 모를 심는다. 그런 다음에 그것들이 잘 자라도록 봄과 여름에 열심히 가꾼다. 그렇게 일하다가 잠시 쉬면서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농부의 눈과 마음에는 희망이 솟고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가을에 있을 수확의 기쁨을 생각한다. 그 마음이 있기에 어렵고 힘들고 긴 수고의 시간과 과정을 견딘다. 그것이 농부의 마음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희망을 만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려면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뿌림과 거둠의 과정에 기다림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분명 수확은 가을의 시간의 문제이다. 가을까지 기다려야 수확을 할 수 있다. 그 중간에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것들을 잘 넘겨야 가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무엇을 하든 결과를 위해 기다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그 기간이 길어지고 성과가 불확실해지면 더더욱 힘이 들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기다림은 필수요소이다. 이 세상에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설사 번갯불에 콩이 구워진다 해도 그렇게 되는 순간 그것은 시커멓게 다 타버려서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콩은 화로나 모닥불에 천천히 구워서 먹어야 제대로 익고 맛이 있다. 콩을 구워서 먹는데도 시간과 정성이 든다는 이야기이다.

보리를 가공해서 위스키를 만드는 사업장에서 위스키 창고의 한 증류수 가이드는 보리가 위스키가 되는 과정에서의 숙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숙성 과정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하는 일 중 하나는 증류입니다. 그것은 과학의 영역이죠. 하지만 숙성은 예술입니다.”

‘숙성은 예술’이라는 말을 듣는데, 그 말이 귀에 특별하게 들렸고 마음에 인상 깊게 와 닿았다. 숙성은 과정이고 그 과정에는 오랜 기다림이 있게 된다. 실제로, 햇볕이 차단된 어두침침한 창고의 참나무통 속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후에야 비로소 좋은 위스키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커다란 참나무통에 들어가 있는 위스키 원액은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서 숙성되면 고작 열 몇 병의 위스키를 얻게 된다고 한다. 성숙의 과정은 그만큼 오래 걸리고 그래서 그렇게 얻은 위스키는 귀하게 여겨지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숙성의 과정은 기다리는 과정이다. 기다리는 과정은 숙성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숙성이 예술이라면 기다림도 예술이다. 그 모든 과정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예술의 과정이고 형성의 과정이다. 명작으로 가는 예술의 과정이다.

무언가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려면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명작이 나오게 된다. 인생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거두는 때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모든 과정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오늘도 계속해서 뿌리고 가꾸고 돌보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때가 되면 이 애씀이 헛되지 않고 아름다운 열매로 나타날 것이다. 경험을 통해 그것을 알고 있다.
(월, November 27,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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