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아침>

우리는 경우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하루를 살면서 여러 번 거울을 본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점점 더 낯설게 느껴져서 가급적이면 잘 안 보려고 하지만(혹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울을 더 자주 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런 마음이 잘 안 생긴다), 그래도 볼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보곤 한다.
 
비록 하루를 살아가면서 여러 번 거울을 보게 될지라도 사람들이 거울을 보게 되는 경우는 대개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경우처럼 대개는 외출을 할 때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살핀다. 그런 다음에 볼 일을 보러 나간다.
 
이처럼 아침시간은 대개 거울을 보는 시간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가꾸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다. 조이스 벨러스(Joyce Bellous)는 이렇게 말한다. “매일 아침은 그 안에 거울을 가지고 있다.”
 
거울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미러(mirror)는 명사로 사용하면 ‘거울’을 의미하지만 동사로 사용하면 ‘비추다,’ ‘보여주다,’ ‘반영하다,’ ‘반사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거울을 보면서 거울이 보여주는 우리를,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자신의 외모를 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겉모습이다.
 
‘매일 아침은 그 안에 거울을 가지고 있다’는 조이스 벨러스의 말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런데 거울은 단지 실제 거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거울을 의미하기도 한다. 곧 무언가를 보여주는 도구,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도구-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또는 영적인 것이든-로서의 거울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내게는 아침이 거울 역할을 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침 자체가 거울이다. 이른 아침에 홀로 산책로를 걸으면서 가꾸거나 포장하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이다. 아니, 아침이 나를 내 모습 그대로(장점과 단점, 좋은 점과 나쁜 점, 즐거운 일과 슬픈 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과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주면서 나를 보게 한다.
 
나는 아침을 만나면서 나도 만난다. 아침을 보면서 나도 본다. 아침에 걸으면서 나를 만나고 나를 보고 나를 생각한다. 아침이 나를 있는 그대로 비추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은 나의 일기(장) 같다. 일기장에 내가 썼던 내 하루의 삶의 이야기를 다시 펼쳐 읽을 때 여러 생각이 스쳐가듯이 아침에 나를 보고 나 자신을 읽을 때 어떤 때는 낯 설거나 겸연쩍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친근하고 정겹기도 하다.
 
그렇게 아침에 산책로를 걸으면서 아침을 만나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이 비추어주는 내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남은 인생을 좀 더 나은 인생길로 걸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추운 겨울이 와서 더 이상 아침에 걷기가 어려워지기 전에 열심히 걸으면서 아침과 만나고 아침이 비추어주는 나와 만나는 것이다.
 
인생의 겨울이 와서 걷지 못하게 되고 마지막 인생길을 떠나야 할 때가 오기 전에 인생의 남은 시간을 후회를 줄이고 보람과 의미로 채우는 그런 삶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오늘도 그 마음으로, 그 바람으로 내게 선물로 주어진 또 하룻길을 희망을 담아 힘차게 걷는다.
(토, October 21,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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