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웃음, 웃음 꽃>

2023. 5. 8. 01:44생각 위를 걷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길가 저쪽에 가로등 하나
나뭇가지에 가려 불빛 희미하게 비추는 밤에
홀로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어둠을 뚫고
나지막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계속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길 옆 작은 화단에
튤립 몇 송이 피어 있었고
어둠 속에서 도란도란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들의 이야기꽃을.

짙은 어둠 속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란 꽃이었다.

가던 길 잠시 발걸음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꽃은 예뻤다.
그러니까 꽃인가 보다.
꽃은 자체로 언제나 예쁘니까.

어둠 속에서도 방긋 웃는 꽃
그 꽃의 미소가 내 마음에
환한 함박웃음 꽃을 피웠다.
내 마음이 어느 덧
튤립이 예쁘게 핀 작은 정원이 되었다.
(일, May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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