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의 실존>

2023. 1. 27. 11:57생각 위를 걷다

어제는 함박눈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푸른 들녘을 자유롭게 날며 노니는 하얀 나비들처럼
인적 끊기고 싸늘한 거리에 여섯 날개를 펄럭이며
내리고 내려 금방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그 덕에 지난 가을 날개를 잃어
앙상했던 나뭇가지들은
다시금 예쁘게 하얀 날개를 달고
아름답게 꽃으로 피었다.
한결 운치 있고 풍성해 보였다.

햇살 좋은 오늘 아침에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고드름 달린 작은 얼음덩이가
지난 밤 눈꽃들이 처절하게 겪었을
어둠 속의 깊은 고독을 애절하게 말해준다.

잠시 후면 너마저도 서서히 져가다가
대지에 스며들겠지.
너는 사라지고
나무는 봄이 될 때까지 그렇게 몇 번을
피고 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나무들의 겨울 실존.
(목, January 26,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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