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밤의 풍경>
2023. 4. 2. 00:39ㆍ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늦가을 늦은 깊은 밤
날개 잃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이 시리다.
간혹 가로등 불빛 서너 가닥
아직 달려 있는 갈색 잎 끄트머리
모난 모서리에
조용히 내려앉는 것을 보노라면
나는 순간 침묵이 된다.
어두운 고요 속
길 잃은 차가운 바람만
쓸쓸히 대지를 훑고 갈 때
그 바람 소리 방금 잠든 밤을
살며시 깨운다.
자꾸만 뒤척이는 밤의 몸놀림에
어느새 나도 잠을 잊고
창밖 가로등 불빛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밤은 그리움을 하염없이 토해 내고
가로등 불빛 따라 나도 덩달아
마음의 날개를 편다.
그리고 내 마음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 저편으로 가다가
문득 옛 이야기들을 만난다.
새벽이 그리 멀지 않은데
그리움이 자꾸 피곤한 나를 건드린다.
별들마저 모두 잠든 이 깊은 밤에
그 유혹 뿌리치지 못하고
나는 그냥 그리움에 잠긴다.
(토, April 1,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2012, 11, 22)을 덧붙여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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