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이른 아침에도 촉촉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랑비였다. 처음에는 약간 고민도 했으나 ‘이 정도면 우산을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운동하러 갔다. 그런데 산책로에 도착하니 일출 시간쯤 되었을 때 한참이나 세찬 비가 쏟아졌다. 그런 비가 거의 한 시간 정도 이어졌다.
운동하러 왔다가 비 때문에 운동은 하지 못하고 그 한 시간 남짓 차 안에 있었다. ‘그냥 돌아갈까’라고 잠시 고민했으나 일기 예보를 보니 조금 더 있으면 비가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쳤다. 호수 맞은편의 구름 낀 하늘이 점차 에메랄드빛으로 바뀌고 내 뒤쪽 하늘에서는 곧이어 붉은 해가 구름 뒤에서 환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비가 와서인지 푸르른 풀들은 더욱 푸르게 보였고 노란 단풍잎은 더 진하게 보였다. 이미 낙엽 되어 바람 따라 뒹굴던 단풍잎들은 융단 폭격이라도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호숫가 산책로 위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맑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위를 사뿐사뿐 걸었다. 비 온 뒤 늦가을의 정취가 다소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호수의 살갗을 힘차게 두드리던 비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그 위에서 한가로이 노닐던 몇 마리 오리가 갑자기 호수를 박차고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호수 위를 자유롭게 날아가다가 호수 다른 쪽 멀리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다른 오리무리가 있는 곳에 내려앉았다.
오리들이 두 날개로 힘차게 날갯짓하며 호수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은 것이 있다. 물 위에서 가만히 노니는 오리가 날기 위해서는 날개를 죽 펴고 온 힘을 다해 날갯짓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날개 접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올라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리가 물 위에서 수영하는 모습으로는 결코 하늘을 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하면 호수에서 평온하게 헤엄을 즐길 수 있을지언정 더 넓은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리들은 그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정말로 날개를 활짝 펴고 힘껏 날개를 저었다. 그러자 오리들이 조금씩 높이 솟아오르게 되었고 그런 다음에는 부드러운 날갯짓과 함께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할 때 무엇보다도 마음의 날갯짓이 중요하다. 마음에부터 꿈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몸의 날갯짓을 힘차게 하고 또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비상하고 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오리들이 호수의 표면을 박차면서 하늘로 비상하여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처럼.
(수, November 6, 2024: mhparkⒸ2024)


호수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