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같은 시간>

길을 걷는 데

오늘도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데 바람은 임의로 불어와서

언제나 머물지 않고 스쳐만 간다.

 

바람이 손이라도 있다면

두 손 꼭 잡고

잠시라도 있다가 가라고 하련만.

 

시간도 끊임없이 왔다가

바람처럼 스쳐만 간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그저 뒷모습만

우두커니 바라볼 때가 있다.

 

시간은 늘 그렇게 행인 같다.

정을 주지 않으려는 듯

잠시도 머물지 않는다.

그저 우리 삶에 흔적만 남기고 간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어리석게도 어느 순간에야 깨닫게 된다.

말없이 왔다가 스쳐 갔음을.

 

오늘도 바람처럼 스쳐가는 시간,

져가는 시간 속의 잠깐의 삶을 생각하며

또 하루를 소중하게 산다.

또 하룻길을 열심히 걷는다.

(, March 30, 2023: mhpark2023)